왜 어른들은 ‘공부의 진짜 목적’을 숨겼을까


“공부는 네 시급을 결정해”

얼마 전에 사촌동생이 물어봤어. 진로 상담하러 온 거야. 18살 차이 나는 그 애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어.

“너 대학교를 뭐 때문에 가는 것 같아?”

동생은 잠깐 생각하더니 “음… 좋은 직장 가려고?” 했어.

“그래, 맞아. 근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업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가는 거야.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 되려고 가는 거지.”

동생이 고개를 갸웃했어. 나는 그래서 계속 물었어.

“그럼 일을 왜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

“돈… 많이 받으려고요?”

“오, 정답. 그야 일을 잘하는 사람이, 사실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 비교적 더 많은 돈을 받으면서 일하는 거니까. 왜냐,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잖아. 그 똑같은 1시간의 시급을 어떻게 더 많이 받으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동생은 한참을 생각하더라. 그래서 내가 말해줬어.

"넌 학생이니까 공부가 지금 너의 일이잖아. 너가 학생으로서 얼마나 뚝심 있게, 얼마나 몰입해서 이뤄낸 성과와 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닌 사람보다 가치가 있으니까. 학생은 성과로 결과를 증명하지."
그 말을 하면서 생각했어. 이 말을 16살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16살의 나는 왜 답답했을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대학에 가는 의미는 뭔지, 대학에서 내가 해내야 할 일은 뭔지, 몰랐기에 답답했어.

그냥 딱히 사회가 하라니까, 주변 어른들이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하니까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 근데 의미를 모르니까 집중이 안 되는 거야.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미친 듯이 몰입해?

만약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너가 가진 매력을 더 좋은 풀(Pool)에서 선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지금 그 공부에 더 몰입하는 게 좋아.”

나는 단박에 알아들었을 거야.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가십걸 속 주인공들을 좋아했거든. 내가 사랑했던 글로벌 패션 매거진 에디터가 되고 싶었거든. 맨해튼을 누비며 런웨이를 취재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하고,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런 무대에 서려면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그냥 “꿈이 있어요” 하는 사람? 아니지. “나는 목표한 바를 해내는 사람입니다”라는 걸 증명한 사람이어야 해.

그 첫 번째 증명이 바로 공부였던 거야.


노력과 성과, 둘 다 있어야 하는 이유

노력해 본 경험과 이뤄낸 성과. 두 가지가 같이 있는 사람은 둘 중 하나만 있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보다 시장에서 가치가 높아.

왜냐하면, 노력만 있고 성과가 없으면 “열심히 하는데 결과는 못 내는 사람”이 되고, 성과만 있고 노력의 과정이 없으면 “우연히 한 번 잘된 사람” 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된 사람”으로 보이거든.

근데 둘 다 있으면? “목표를 세우고, 과정을 견디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거지.

그런 사람은 어디를 가든 필요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은 자기 시간의 가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공부가 왜 첫 번째 편집점인가

편집점이라는 말, 영상 편집할 때 쓰는 용어야. 어디를 자르고 어디를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잖아.

인생도 마찬가지야. 어디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장면이 달라지지.

공부는 네 인생의 첫 번째 편집점이야. 여기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열리는 문들이 달라져.

물론 공부가 전부는 아니야. 나도 수능을 잘 보지 못했어. 내가 원하던 학교, 학과에 가지 못했지. 그래도 지금 30대가 된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어.

왜냐면 편집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거든. 인생은 계속해서 새로운 선택의 순간이 오니까. 직장에서의 성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 관계를 맺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 이 모든 게 새로운 편집점들이야.

다만, 첫 번째 편집점인 공부를 잘 활용하면 그다음 편집점들을 만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거지. 반대로 여기서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들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해.


그래서 뭘 하라는 건데?

16살의 너에게, 아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너가 꿈꾸는 무대가 있다면, 그 무대에 서고 싶다면, 지금 네 앞에 놓인 공부에 미친 듯이 몰입해 봐.

그게 가십걸 속 주인공처럼 반짝거리는 삶이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전문가의 삶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뭔가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나는 목표한 바를 해내는 사람이다”라는 걸 증명하는 거야. 그 첫 번째 증명이 지금 네 앞에 있는 공부라는 거지.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얼마나 진지하게 덤볐는지, 얼마나 포기하지 않았는지야.

그 경험 자체가 너를 단단하게 만들 거야.


마지막으로

사촌동생과의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어.

만약 16살의 내가 이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넌 지금 네 몸값의 첫 번째 편집점을 만들고 있어. 너가 가진 매력을 더 큰 무대에서 펼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봐. 노력의 밀도와 증명된 성과,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은 어디를 가든 선택받는 사람이 돼.”

아마 나는 알아들었을 거야. 그리고 조금은 달라졌을 거야.

하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대신 이 글을 읽는 너에게 전할게.

지금 네가 쏟아붓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아. 그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건 반드시 너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갈 거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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